6세 아이의 급여 협상, 주급 5천원이 적다고 따지기 시작했다
지난 글에서 여섯 살 낑깡이가 닌텐도 대여료를 협상하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글을 읽고 "여섯 살이 어떻게 그런 협상을 하냐"고 물어보신 분들이 계셨어요. 사실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몇 년째 돌리고 있는 시스템이 하나 있거든요.
오늘은 그 시스템 안에서 벌어진, 아이의 첫 '급여 협상'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6세 경제교육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될 것 같아요.
돈을 그냥 주지 않는다
우리 집 경제교육의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필요한 것은 사준다. 갖고 싶은 것은 스스로 마련한다.
이 원칙 하나예요. 그래서 낑깡이가 세 살 무렵부터 간단한 집안일을 하면서 용돈을 버는 법을 알려줬습니다. 그냥 손에 돈을 쥐여주는 일은 없었어요. 뭔가를 갖고 싶으면 일을 해서 벌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게 발전해서 지금은 '홈잡(Home Job) 시스템'이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집안일마다 직업 이름과 급여를 정해두고, 아이가 그 일을 맡아서 하고 주말에 주급을 정산받는 방식이에요.
아이만 시키면 억울하니까, 엄마 아빠도 직업이 있다
처음엔 아이가 좀 억울해했어요. "왜 나만 일해?" 하는 마음이었죠. 충분히 그럴 만합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의 집안일에도 직업 이름을 붙이고, 우리도 같은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기로 했어요.
아직 아이가 직접 직업을 만들어내지는 못해서, 지금은 우리가 어느 정도 직업을 정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생명돌보미는 제 담당입니다. 반려동물과 식물을 돌보는 일이에요. 주 4회 기준에 급여는 1만 원입니다.
우체통관리사는 낑깡이 담당이에요. 매일 우체통을 확인해서 우편물이 있으면 받는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일입니다. 주 4회 기준에 5천 원.
현관관리사도 낑깡이가 맡고 있어요. 택배가 오면 집 안으로 들이고 개인정보를 지우고, 신발을 정리하고, 반품 택배가 있으면 현관 밖에 내놓고, 배달 음식이 오면 식탁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주 4회 기준에 1만 원이에요.
여기서 '주 4회'라는 건, 일주일에 최소 그만큼은 챙겨야 주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가능하면 매일 하는 게 맞지만요.
문제의 직업, 타임키퍼
그런데 아이도 저희도 방향을 잘 못 잡던 직업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타임키퍼예요.
타임키퍼는 일종의 '시간 지킴이'입니다. 그날그날 정해진 스케줄을 가족에게 알려주는 일이에요. 낑깡이 방에 벽 캘린더가 있는데, 그걸 보고 오늘의 일정을 알려주는 거죠. 또 집에서 일과 공부를 제외한 미디어 사용 시간에 기준이 있는데, 그 시간이 다 됐는지를 타이머로 알려주는 역할도 합니다.
솔직히 이 직업은 부모인 저희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혔어요. 그래서 주말 가족회의 때 제안했습니다.
"타임키퍼는 일단 없애자. 나중에 네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다시 하고."
그런데 아이가 싫다는 거예요. 자기가 열심히 해보겠다고요. 그러더니 바로 따지고 들어옵니다.
"근데 이거 주 5회인데 왜 5천 원이야?"
아이 입장에서는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챙겨야 하는데 5천 원은 적다고 느낀 거예요. 횟수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일의 난이도'라는 개념을 꺼냈습니다.
"쉬운 일과 어려운 일은 값이 다르거든. 엄마가 하는 생명돌보미랑 네가 하는 우체통관리사 중에 어떤 게 더 쉬운 것 같아?"
아이가 잠깐 생각하더니 우체통관리사가 더 쉽다고 하더라고요. 맞는 판단이에요.
"그렇지. 그런데 둘 다 주 4회로 횟수는 똑같아. 근데 더 어려운 생명돌보미는 1만 원이고, 더 쉬운 우체통관리사는 5천 원이야. 왜 그럴까?"
같은 횟수여도 일이 어려우면 값이 더 나간다는 걸 실제 사례로 보여준 거예요. 아이가 이건 납득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물러서지 않아요.
"그래도 주 5회를 다 채우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 그러니까 5천 원은 적어. 1만 원으로 올려줘."

주 5회를 완수하는 것 자체가 힘든 노동이라는 주장이었어요. 나름 일리가 있죠. 그런데 저에게는 비교 기준이 있었습니다.
"근데 네가 하는 현관관리사는 주 4회인데도 1만 원이야. 현관관리사가 타임키퍼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거든. 택배도 들이고 신발도 정리하고 할 일이 많잖아. 그거랑 비교하면 타임키퍼를 1만 원으로 하는 건 좀 안 맞아. 8천 원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데."
일의 난이도로 보면 타임키퍼는 현관관리사보다 쉬우니, 1만 원까지는 아니고 8천 원이 맞다는 제안이었어요.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낸 협상안
그런데 아이가 8천 원도 싫다는 거예요. 여기서 저는 답을 정해주지 않고 되물었습니다.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이때 아이가 내놓은 대답이 저를 놀라게 했어요.
"타임키퍼 일을 주 4회로 줄이고 8천 원을 받든가, 아니면 5천 원 그대로 받을 거면 주 2회만 챙길래."
두 가지 안을 스스로 설계한 겁니다. 급여를 올리려면 일수를 줄여서라도 단가를 맞추든가(주 4회에 8천 원), 급여가 그대로라면 일의 양을 줄이겠다(주 2회에 5천 원)는 거예요. 노동량과 급여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합을 제시한 거죠.
저는 이렇게 정리해줬어요.
"좋아. 어차피 지금까지 안 하던 일이니까, 일단 주 2회로 시작해보자."
그렇게 타임키퍼는 '주 2회, 5천 원'으로 새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 협상에서 아이가 배운 것
이 대화 하나에 경제의 기본 원리가 여러 개 들어있습니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난이도에 따라 값이 다르다는 걸 배웠어요. 횟수(생명돌보미와 우체통관리사가 똑같이 주 4회)가 같아도 어려운 일이 더 많이 받는다는 걸, 실제 자기 직업들로 비교하며 이해했습니다.
임금은 다른 일과 비교해서 정해진다는 것도 경험했어요. 타임키퍼 급여를 정할 때 현관관리사라는 기준점이 있었고, 그 상대적 위치에서 8천 원이라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시장에서 임금이 정해지는 방식과 똑같아요.
무엇보다, 조건을 스스로 설계했습니다. 저는 8천 원을 제안했지만 아이는 그걸 그냥 받거나 거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수를 줄이는 대신 단가를 유지하는" 새로운 안을 만들어냈어요.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만 고르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한 제3의 조합을 창조한 겁니다.
제가 이 시스템을 운영하며 지키는 원칙
몇 년째 홈잡 시스템을 돌리면서 제가 신경 쓰는 부분이 있어요.
노동 없이 돈이 생기는 경험을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일을 해서 벌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요. 그래야 돈이 '어디선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와 교환하는 것'이라는 감각이 생기거든요.
부모도 같은 시스템 안에 들어갑니다. 아이만 일하면 억울하고 불공평하게 느껴져요. 엄마 아빠도 직업과 급여가 있고 같은 규칙으로 움직이니까, 아이가 이걸 '나만 당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집이 굴러가는 방식'으로 받아들입니다.
협상의 여지를 남겨둡니다. 급여를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해서 통보하지 않아요. 아이가 이의를 제기하면 근거를 갖고 대화하고, 아이의 제안도 진지하게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내 조건은 내가 만들 수 있다'는 걸 배워요.
여섯 살에게 급여 협상이라니 과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이는 이걸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돈과 노동과 가치에 대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키워가고 있어요. 지난 글의 닌텐도 협상도 이런 시간들이 쌓여서 나온 거였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홈잡 시스템을 실제로 어떻게 세팅하는지, 직업 목록과 급여를 어떻게 정하고 주말 정산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볼게요. 시작해보고 싶으신 분들이 바로 따라 할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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