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투자교육을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죠. 그런데 저는 일곱 살 (만 여섯 살) 아이가 먼저 투자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을 맞았습니다.
얼마 전 낑깡이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어요.
"엄마, 나 저축하고 투자하고 싶어."

뜬금없는 소리에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진지한 얼굴로 대답합니다.
"살아가는 데에 투자가 필수라고 배웠어."
여섯 살 입에서 "투자가 필수"라는 말이 나오니 웃음이 나면서도, 이게 무슨 맥락인가 궁금해졌습니다. 오늘은 이 대화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미래를 위해서 저축과 투자가 필요하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투자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어요. 낑깡이의 대답이 제법 그럴듯했습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힘이 없어 일을 못 하거나, 아파서 돈을 벌기 어려울 때, 저축과 투자로 돈을 만들어 두면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고 사고 싶은 것도 살 수 있어."
여섯 살이 노후와 소득 공백을 이야기하는 게 신기해서 어디서 들었냐고 물었더니, 책에서 봤다고 하네요. 알고 보니 존리 대표가 쓴 어린이 동화책 『존리의 금융 모험생 클럽』이 책이었어요.
1, 2권을 깔깔대며 읽더니, 거기서 "투자는 필수"라는 메시지를 그대로 흡수한 거였어요.
재미있는 건, 낑깡이는 이미 저축은 하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앞선 글에서 소개했듯 용돈의 45%를 저축으로 모으고 있었거든요. 저금통에 돈도 꽤 쌓였고요.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저축은 하는데 투자가 빠졌다"고 느낀 모양입니다.
"주식을 배우고 싶어"
투자가 뭔지는 아냐고 물어봤어요. 아직 잘 모른다며,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주식을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주식이 뭔지 아냐고 되물으니, 잘은 모르지만 "회사를 공부해서 투자하는 것"이라고까지는 알고 있었어요. 아마 책에 있던 문장을 그대로 읊는 것에 가깝겠지만요.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거라고도 했습니다.
정확한 개념을 아는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 순간이 반가웠습니다. 이유는 뒤에서 말씀드릴게요.
제가 해준 대답
저는 이렇게 말해줬어요.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중에 투자와 저축도 있는 게 맞다고요. 그리고 거기에 하나를 더 얹었습니다. 창업, 사업이라는 것도 있다고요. 그러니 투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같이 공부해보자고 했어요.
당장 주식 계좌를 열어 종목을 고르는 식으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 집에는 아이가 궁금한 걸 적는 노트가 있는데, 거기에 "투자란 무엇일까" 같은 질문과 스스로 생각하는 답을 적어보자고 했어요. 집에 가면 함께 정리해보기로 하고요.
답을 바로 주기보다, 질문을 품게 하는 게 이 나이에는 더 오래 남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저는 이 순간을 기다렸어요
이 대화가 반가웠던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원래 저는 낑깡이가 저금통에 모은 돈을 계좌를 만들어 저축하러 가자고 여러 번 제안했었어요.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통장을 만들어주려고요. 그런데 그때마다 아이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습니다. 계좌가 뭔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자기 눈에 보이던 돈이 사라지는 게 불안했던 것 같아요. 저금통 속 돈은 만질 수 있는데, 통장 속 돈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아이가 먼저 "계좌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계좌 만드는 걸 귀찮아서 미루고 있던 참이었는데, 아이가 스스로 필요를 느끼고 먼저 꺼낸 거예요.
호야의 티키타카 경제왕』을 보면, 부모가 아무리 말해도 시큰둥하던 아이가 스스로 필요를 느껴 "계좌를 만들고 싶다"고 먼저 말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을 보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우리 집에도 그 순간이 온 거죠.
그리고 작은 안도감도 생겼어요. 그동안 아이에게 경제 관련 노출을 잘 해온 건가 늘 반신반의했는데, 아이가 스스로 이런 니즈를 꺼낸 걸 보니 방향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그리는 다음 단계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낑깡이의 경제교육을 어떻게 이어갈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게 됐어요.
먼저, 스스로 알고 모으는 돈부터 시작할 겁니다. 아이가 인지하고 관리하는 돈으로 통장을 만들고, 투자도 아주 천천히 개념부터 익히게 할 생각이에요. 순서를 건너뛰지 않는 게 제 원칙이거든요.
그다음으로 하고 싶은 건 간단한 창업입니다. 저는 아이가 무언가를 직접 팔아보는 경험, 장사를 해보는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업체의 주인이 되어봐야 하거든요. 사실 주식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업체에 돈을 대고 그 이익을 나눠 받는 것이고, 주식을 산다는 건 그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잖아요. 회사채든 주식이든, 결국 '사업체'를 이해해야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돈을 맡기는 쪽(투자)만이 아니라 돈을 받아 굴리는 쪽(사업)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가 충분한 실패와 성공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고 느껴질 때, 자본금을 보태주어 더 큰 시도를 해보게 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독립하기 전 부모 품안에 있을 때 많은 실패를 겪어보게 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먼 이야기지만 마음에 품고 있는 계획이 하나 있어요. 아이가 사춘기가 될 무렵, 세 식구가 함께 순례자의 길을 한 달간 걸어보려 합니다. 그 길을 걷는 동안 아이가 여러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휴대폰을 갖는 것도, 더 큰 자본을 넘겨받는 것도, 그 여정을 완수한 뒤에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는 경험 위에서 그런 것들을 건네주고 싶거든요.
버스를 기다리다 나온 여섯 살의 한마디에서, 저는 이렇게 많은 걸 떠올렸습니다. 아이는 그저 책에서 본 걸 신나서 말한 것뿐이겠지만, 그 한마디가 저에게는 "아, 이 아이가 이제 다음 단계로 갈 준비가 되어가는구나" 하는 신호처럼 느껴졌어요.
계좌를 만들러 가는 날, 그 이야기도 언젠가 여기에 적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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